감성경영 : "직원들의 가슴을 파고들어라"
지난달 서울 서초구 반포의 한 불가마 찜질방에선 삼성SDI 김순 택 사장과 신임 부장 23명이 흰색의 ‘찜질방 유니폼’을 입고 자리를 함께했다. 넥타이를 풀고 자연스러운 분위기에서 흉금 없이 얘기하자 는 취지에서 마련된 자리다. 미리 빌려놓은 불가마 내 작은 방에서 김 사장과 부장들은 2시간 동안 땀을 뻘뻘 흘리며 대화를 나누었다. 세계 최초 30 인치대 PDP (플라스마 디스플레이 패널) 제품인 37인치짜리의 개발 주역이자 이날 유일한 홍일점 참석자였던 유민선(여·중앙연구소 개발2팀) 부장은 “정장도 안 하고 CEO와 편하게 얘기를 나누면서 인간적인 정(情)과 신뢰를 가질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요 즘 신입사원들과도 돌아가며 회사 근처에서 소주잔을 나누기도 한다. 김 사장은 “자유롭게 만나 인간적으로 부딪치면 아이디어도 훨씬 잘 들린다”고 말했다.
딱딱한 사무실을 떠나 직원들과 영화관, 찜질방, 운동장으로 달려가는 CEO(최고경영자)들이 늘고 있다. 인터 넷과 최첨단이 경영의 수단과 방향이 되고 있지만, 그래도 함께 호흡을 하고 땀을 흘리는 감성의 리더십이 최고란 얘기다.
대우일렉트 로닉스 김충훈 사장도 ‘감성 경영’을 강조한다. 김 사장은 올 들어 4000여명 전직원에게 수시로 이메일을 보낸다. 특별한 주제가 있는 것은 아니 다. 회사의 경영실적도 좋고, 때로는 삶의 지혜 등에 대한 생각도 담고 있다. 신입사원들과 꽃동네 자원봉사활동도 함께하고, 신임 과장들과 국수로 점심을 하면서 ‘격의 없음’을 강조한다. 특히 지난해 11월 직원들과 어울려 사내 마라톤대회에 참석했던 김 사장은 다음달에도 마라톤 대 회에 참석해 직원들과 함께 땀을 흘릴 작정이다. 김 사장은 “직장 내에서 선·후배 간에, 조직과 조직원 간에 인간적인 신뢰가 예전만 못해 지고 있다”면서 “조직의 효율성을 위해선 높은 보수 못잖게 조직 안에 흐르는 믿음이 최고”라고 강조했다.
서울 태평로에 있는 삼성석유화학 서울본사 근무자들의 책상 달력엔 지난 ‘4월 9일’ 날짜에 똑같이 빨간색 동그라미가 그려져 있다. 40여명의 전 직원이 허태학 사장과 함께 뮤지 컬 ‘맘마미아’를 보러간 날이었다. 이 회사는 지난 2월엔 스키를, 3월엔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를 본 데 이어 다음달엔 ‘데이비드 카퍼필드’의 마 술쇼를 보는 등 CEO와 임직원들이 한 달에 한 번씩 꼭 문화행사를 같이 한다. 지난 9일엔 허 사장과 직원들이 공연장인 예술의 전당 인근에 서 저녁을 함께 먹은 뒤 뮤지컬을 보고, 생맥주도 한 잔씩 했다. 인사그룹 박성혜(26)씨는 “평소 대화하기 부담스런 사장이나 임원들과 격의 없이 얘기하면서, 회사 내 분위기도 좋아진다는 걸 체감한다”고 말했다.
웅진코웨이개발 박용선 사장도 퇴근 후면 직원들과 함께 생맥 주잔을 기울이면서, 직원들이 갖기 쉬운 업무 긴장을 풀어주고 마치 친형이나 친오빠와 같은 분위기로 격의 없이 대화를 나눈다. 다만 박 사장은 부하직원들이 이튿날 출근해서까지 전날 밤의 분위기를 연장하는 것은 싫어한다. 감성경영의 궁극적 목적은 회사의 생산성을 더욱 높이자는 데 있기 때문이다.
관련출처 : 조선일보
|
이전글 : 
다음글 : 
